[사진]아토A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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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비규환'은 재혼가정에서 자란 과외 선생님 '토일'이 고등학생 '호훈'의 사랑으로 임신하게 된 후 친아빠를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여기에 더해 행방이 묘연해진 예비 아빠 호훈을 찾아야 하는 첩첩산중의 여정을 그린다.

'애비규환'은 최하나(28) 감독의 첫 장편 연출과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 겸 배우 정수정(크리스탈)의 첫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 반, 우려 반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 시사회에서 베일을 벗은 작품을 보면 짜임새 있는 연출과 안정적인 연기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임신 5개월의 토일이 역을 맡은 정수정은 후줄근한 티셔츠를 입고 등장한다. 그의 또박또박한 발음이나 무표정한듯하지만, 상황마다 감정이 드러나는 연기가 혼전임신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며 '5개년 계획' 파워포인트(PPT) 파일을 들이미는 토일이의 위풍당당함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영화는 밀고 당기기를 잘한다. '코미디 영화인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센스 있는 유머가 돋보인다. 욕설이나 비하로 억지웃음을 끌어내기보다는 의외성을 부각해 관객들을 편안하게 웃게 만든다.

토요일과 일요일 사이에 태어났다는 뜻의 이름 '토일' 등 장난스러운 설정들도 곳곳에 있는데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요소들이 어느 순간 제각기 역할을 해 절대 가볍지만도 않다.

혼전임신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눈총도 "제사를 그렇게 지냈는데", "아무래도 나라가 망하려 카나보다"와 같은 토일이 할아버지의 대사로 능청스럽게 비꼰다. 여기에 더해 "사람 고쳐 쓰는 것 아니다", "얼굴 보고 결혼하면 화가 나다가도 얼굴 보면 살살 녹을 때가 있긴 하지" 등 웃픈(웃기고 슬픈) 대사들도 공감을 산다.

결혼을 앞둔 임신부의 두려움을 엄마의 이혼이란 소재로 재기발랄하게 풀어낸다. 이혼과 같이 아프지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현실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영화 속 토일이가 친아빠를 찾는 과정은 언제나 자신 곁에 있었던 엄마를 재발견하고, 그런 엄마의 이혼이란 선택이 행복해지기 위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이런 깨달음은 호훈의 실종으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토일이가 "100%가 아니어도 괜찮다"며 앞으로 나가아가는 용기가 된다.

최하나 감독은 3일 열린 간담회에서 "이혼을 실패한 결혼이라고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혼은 자기 삶의 오류를 인정하고 고치기로 한 결정이란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오는 12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