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유열의 음악앨범'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유열의 음악앨범'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유열의 음악앨범'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유열의 음악앨범'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은 오랜만에 극장에 걸리는 국산 멜로영화다. 10년 넘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인연의 끈을 이어온 두 남녀의 사연을 그린다. 스마트폰과 SNS로 언제, 어디서든 서로의 안부를 묻고 행방을 확인할 수 있는 요즘에 흔히 볼 수 있는 인스턴트식 연애담이 아니다. 소식을 몰라 더 애틋하고, 그래서 우연한 만남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더디지만 직진하는 사랑 이야기다.

사연의 주인공은 1975년생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돌아가신 엄마가 남기고 간 제과점을 지키고 있던 미수는 제과점을 찾은 현우와 처음 만난다. 1994년 10월 라디오에서 '유열의 음악앨범' 첫 방송이 흘러나온 날이다.

남모를 아픔을 지닌 현우는 고등학교도 그만두고, 제과점에서 일하고 미수와 미수 이모는 그를 가족처럼 대한다. 행복했던 나날도 잠시, 어느 날 현우는 제과점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다. 몇 년 뒤 제과점 앞에서 조우한 미수와 현우는 이메일주소만 나눈 채 헤어지고, 또다시 언제가 될지 모를 재회의 날을 기다린다.

영화는 서툴지만 풋풋했던 첫사랑부터 현실 연애까지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추억의 앨범처럼 하나씩 펼쳐 보인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안타깝고 애절하면서도 사랑스럽고 감동적이다.

불안한 청춘들을 비춘 자화상이자,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공장 기계 소음을 들으며 사보를 만들던 20대 미수는 꿈과 한층 멀어진 제 모습을 보며 괴로워하고, 현우 역시 현실의 높은 벽 앞에서 번번이 좌절한다. IMF 환란 속에 취업의 어려움을 겪었던 90년대 학번은 물론, 요즘 젊은이들도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그렇다고 우울하게만 그리지는 않는다.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토닥인다.

인간관계와 사랑에 관한 성숙한 시선도 돋보인다. 과거 일을 형벌처럼 짊어지고 사는 현우를 통해 남을 사랑하려면 자기 자신부터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세상에서 나를 믿어주는 유일한 사람, 당신을 만난 것은 기적이라고 이야기한다.

10대부터 30대까지 연기한 정해인, 김고은은 실제 연인처럼 자연스럽고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두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잠든 연애 세포가 깨어날 만하다. 극장 문을 나설 때는 궁금해진다. 40대 중반이 된 현우와 미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해피엔드' '사랑니' '은교' '침묵' 등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섬세한 터치로 연출해온 정지우 감독의 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