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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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엑시트'는 탈출극인 만큼 서사는 단조롭지만 참신한 소재와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긴장감 넘치는 액션, 유머와 감동이 잘 어우러져 러닝타임 103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여름 무더위에 가족과 함께 보기에 손색이 없다.

용남(조정석 분)은 대학 산악부 에이스 출신이지만, 몇 년째 취업 실패로 눈칫밥을 먹는 백수다. 놀이터 철봉에 매달려 체력을 단련하는 게 주요 일과다.

용남네 가족은 모친 현옥(고두심)의 칠순을 맞아 신도시에 있는 한 연회장에 모이고, 용남은 그곳에 취직한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와 어색한 재회를 한다.

칠순 잔치가 마무리될 즈음, 도심에서 탱크로리가 폭발하고 유독가스가 빠른 속도로 퍼진다. 용남과 의주는 용기와 기지를 발휘해 가족들을 무사히 대피시킨다. 이후 옥상에 고립된 두 사람은 차츰 옥상 높이까지 차오르는 유독가스를 피해 필사의 탈출을 시작한다.

이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다.

가족들로부터 "너, 심마니 될 거니?"라는 핀잔을 듣던 산악부 동아리 경력은 생존의 버팀목이 된다. 용남과 의주는 건물 외벽을 맨손으로 오르는 것은 물론 3∼4m 간격 빌딩 숲을 뛰고 달린다.

쓰레기봉투를 방화복처럼 만들어 뒤집어쓰거나 고무장갑, 분필, 포장용 박스테이프, 마네킹, 사람 모양 간판, 지하철에 비치된 방독면, 대걸레 자루 등 주변 소품을 활용해 위기를 넘기는 장면도 꽤 흥미롭다.

용남네 가족이 옥상에서 휴대전화 불빛과 '따 따 따따따' 박수 소리를 이용해 상공에 뜬 헬기에 구조 신호를 보내는 대목은 실제 재난 상황에서 응용이 가능해 보일 정도로 기발하다.

유독가스는 기존 재난 영화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지만,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화학 테러라는 설정도 그렇고, 유독가스를 시각적으로 그럴듯하게 구현한 덕분이다.

구름처럼 뿌연 유독 가스가 서서히 빌딩 숲 사이로 올라올 때 긴장감은 극대화한다. 한 치 앞도 안 보이고, 더 높이 올라가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는 재난 상황은 이 땅의 청춘들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번번이 '불합격' 통보를 받는 용남, 직장에서 남자 상사의 치근덕거림에 시달리는 의주처럼 고달픈 청춘들 말이다.

그래도 좌절과 포기란 없다. 두 사람은 아이처럼 엄마, 아빠를 찾으며 울다가도, 어느 순간 손발을 척척 맞춰 다른 사람들까지 구해낸다.

직접 각본을 쓴 이상근 감독은 이 영화가 첫 장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