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현의 경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현의 경기 모습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62위·삼성증권 후원)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ASB 클래식(총상금 50만 1천345 달러) 8강에 올랐다.

정현은 10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단식 2회전에서 세계랭킹 16위 강호 존 이스너(미국)를 2-1(7-6<7-3>5-7 6-2)로 제압했다.

앞서 두 차례 맞대결에서 이스너를 상대로 한 세트도 뺏지 못하고 2전 전패를 당한 정현은 세 번째 맞대결에서 통쾌한 설욕전을 펼쳤다.

2시간 25분 접전을 승리로 마무리한 정현은 8강에서 다비드 페레르(38위·스페인)를 상대한다.

페레르는 2013년 세계랭킹 3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정현이 이날 물리친 이스너는 키 208㎝의 장신으로 2012년 세계랭킹 9위를 기록한 바 있는 선수다.

정현이 지금까지 꺾은 선수 가운데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상대는 13위로 지난해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굿(스페인), 다비드 고핀(벨기에)을 한 차례씩 물리쳤다.

자신보다 20㎝가 더 큰 상대를 맞은 정현은 자신의 서브 게임을 단 한 차례만 내주며 내용 면에서도 압도했다.

강서브가 주특기인 이스너를 상대로 서브 에이스 30개를 얻어맞았지만 15개의 서브 에이스로 반격했다.

정현은 지난해 8월 US오픈 2회전에서 이스너에게 0-3(3-6 4-6 5-7)으로 패했을 때도 서브 에이스 30개를 허용한 반면 자신의 서브 에이스는 4개에 그쳤다.

또 당시에는 상대 서브 게임을 하나도 브레이크하지 못한 것은 물론 브레이크 기회인 브레이크 포인트도 잡지 못했으나 불과 5개월 만에 이스너를 제압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정현은 이번 대회부터 새 코치인 네빌 고드윈(남아공)과 함께 경기를 치르고 있다.

고드윈 코치는 지난해 US오픈 준우승자 케빈 앤더슨(남아공)의 코치를 지냈으며 지난 시즌 ATP 투어 올해의 코치에 선정된 지도자다.

경기를 마친 뒤 정현은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겠다"며 "경기 도중 냉정함을 유지하려고 했고 운도 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코트 위에서 영어로 인터뷰한 정현은 "상대 강서브에 대비했다"며 "내일 상대인 페레르와는 첫 대결이지만 최선을 다하겠다. 응원을 보내달라"고 뉴질랜드 팬들에게 당부했다.

정현은 이번 대회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15일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전망도 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