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악녀' 스틸컷
[사진]영화 '악녀' 스틸컷

영화 '악녀'가 여자 액션물의 한계를 뛰어넘어 화제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18일 '악녀(정병길 감독)'는 누적관객수 92만 7048명을 동원했다. 100만 돌파를 목전에 뒀다. 개봉 11일 만에 거둔 성적이다. '악녀' 보다 더 잘나가는 영화는 많지만, '악녀'의 성적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다.

'악녀'는 영화 제작자들이 기피하는 1순위 장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는 성적이다. 여자 배우를 원톱 액션물을 만든다는 건 제작자 입장에선 참패할 요인을 떠안고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까지 받아 흥행 가능성이 더 낮아진 상태에서 개봉했다. 많은 핸디캡을 안고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봉 11일된 시점에서 100만 돌파를 목전에 뒀다는 건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영화로 지금까지 거둬들인 매출도 나쁘지 않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면서 해외선판매 성과가 좋아 국내 개봉 전부터 스타트가 좋았다. 손익분기점은 190만명이지만, 해외선판매로 실제 손익분기점이 이 보다 많이 낮아졌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손익분기점까지 돌파하면 사실상 충무로에서 의미있는 한 획을 긋는 영화로 자리매김할 듯 하다.

'악녀'가 여자 원톱 액션물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데에는 주연 김옥빈의 공이 가장 크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다. 극 중 살인병기 숙희 역을 맡은 김옥빈은 오프닝 시퀀스부터 엄청난 카리스마를 뽐내며 현란한 액션을 펼쳐보인다. 스크린에 불이 들어오자마자 타이틀도 올리지 않은 채 혼자서 다수의 장정을 거침없이 쓰러트리며 숨 돌릴 겨를 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특히 김옥빈은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량 위에 직접 매달리고, 오토바이 추격신으로 긴장감을 높이는가 하면, 자신의 키만한 장검을 거침없이 휘두르면서 날 선 액션을 몸소 선보인다. 그 어떤 액션보다 더 거칠고 독하고, 살벌한 액션 본능은 관객들의 심장을 손에 쥔 듯 쫄깃하게 다가온다.

김옥빈은 이번 작품을 위해 3개월 동안 액션 스쿨에 매일 같이 출근 도장을 찍는 등 완성도 높은 캐릭터를 탄생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영화를 찍은 70회차 중 김옥빈은 61회차의 액션을 직접 소화해내며 한국영화계에 큰 의미가 될 새로운 래퍼런스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