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손흥민
[사진]연합뉴스, 손흥민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화이트하트레인에서 치러진 카라바크(아제르바이잔)와의 2015-2016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J조 1차전에서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해 단 2분 만에 동점골과 역전골을 쏟아내는 맹활약을 펼쳤다.

지난달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지난 주말 원정으로 치러진 데뷔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준 손흥민은 닷새 만에 '골잡이 본능'을 과시하며 데뷔골 축포를 터트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이날 손흥민의 포지션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오른쪽 날개로 나선 손흥민은 이날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격했다. 대신 지난 13일 토트넘 데뷔전에서 원톱 스트라이커를 맡은 '주포' 해리 케인이 벤치를 지켰다.

이날 상대의 전력이 그리 강하지 않은 만큼 손흥민의 '최적 포지션'을 점검하겠다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의 의도가 깔린 전술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이 토트넘으로 이적하고 나서 "함부르크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할 당시에는 9번(원톱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맡았다.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후에는 7번(왼쪽 날개)이나 11번(오른쪽 날개)의 역할을 맡았고, 때로는 10번(섀도 스트라이커)의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가운데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13일 선덜랜드전에 손흥민을 오른쪽 날개로 내세웠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으로 판명됐다. 경기 분석결과 손흥민은 오른쪽 날개보다는 중앙으로 더욱 치우쳐 활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포체티노 감독은 이번 경기에 손흥민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출전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최근 무득점으로 컨디션이 떨어진 해리 케인을 벤치에 앉혔다.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손흥민은 0-1로 뒤지던 전반 28분 동점골에 이어 2분 뒤 역전 결승골까지 터트리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독일 무대에서 주로 측면 날개 역할을 맡아온 손흥민의 '멀티 공격'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멀티골을 작성한 손흥민은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 운용에도 '천군만마'가 됐다. 케인이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득점이 없는 상황에서 손흥민이 케인의 부담을 덜어줄 공격수의 자격을 충분히 보여줘서다.

측면과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토트넘은 손흥민을 앞으로 원톱 스트라이커나 케인과 호흡을 맞추는 투톱 스트라이커로 활용할 수 있게 돼 공격 옵션이 더욱 풍부해졌다.

손흥민은 "오랜 만에 최전방 공격수로 뛰어서 어색한 점도 없지 않았다. 이렇게 빨리 최전방 공격수를 할 줄 몰랐다"며 "감독님도 모든 포지션을 다 뛸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고 하셨다. 어느 위치든 감독님이 저에게 믿음을 주시면 저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인이 아직 첫 골이 안 나와서 조급해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데 동료가 잘 받쳐줌으로써 지난 시즌처럼 골을 많이 터트릴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라며 깊은 배려심까지 전했다.